
고양이가 물을 안 마셔서 급수기를 샀다 — 두 달 만에 치우고 3천 원 그릇으로 돌아온 기록
자동급수기를 치웠다. 4만 원 주고 두 달 썼다. 지금 쓰는 건 3천 원짜리 스테인리스 그릇이고 2년째 그대로다. 물을 안 마신다고 급수기를 사기 전에, 물그릇 위치부터 옮겨봤어야 했다.
4만 원은 두 달, 3천 원은 2년
성묘 한 마리, 실내 생활. 물을 너무 안 마시는 것 같아서 산 게 자동급수기였다. 결론부터 적으면 우리 집 고양이는 그 앞에 앉은 적이 없다. 근처를 지나가긴 했는데 고개를 숙이는 걸 못 봤다.
| 바꾼 것 | 비용 | 쓴 기간 | 지금 상태 |
|---|---|---|---|
| 자동급수기(모터 순환식, 교체 필터 사용) | 4만 원 | 2개월 | 치움 |
| 스테인리스 물그릇 | 3천 원 | 2년째 | 계속 사용 중 |
| 물그릇을 밥그릇에서 떨어뜨려 놓기 | 0원 | 2년째 | 계속 유지 |
필터는 한 달에 한 번 갈라고 적혀 있었다. 기기값 4만 원이 끝이 아니라는 뜻인데, 그건 사고 나서 상자를 열고 알았다. 상세페이지에서 필터 교체 주기를 안 찾아본 내 잘못이다.
원인은 끝까지 특정하지 못했다
모터 소리 때문이라고 짐작했다. 사람 귀에도 낮게 웅- 하는 소리가 계속 들렸으니까. 다만 이건 짐작이고, 전원을 뽑은 상태로 며칠 더 두면서 비교해보진 않았다. 그냥 치워버렸다. 그래서 소음이 원인이었는지, 물 높이가 낮은 게 싫었던 건지, 플라스틱 재질이 싫었던 건지는 지금도 모른다.
돈 주고 산 물건의 문제는 여기 있었다. 효과가 없으면 원인을 못 밝힌 채로 통째로 사라진다. 다음에 비슷한 상황이 와도 배운 게 남지 않는다.
0원짜리 변수를 먼저 움직인다
급수기를 치우고 한 일은 물그릇을 밥그릇에서 조금 떨어진 곳으로 옮긴 것뿐이다. 성인 걸음으로 두 걸음쯤 되는 거리인데, 정확히 몇 cm인지는 재두지 않았다. 그 뒤로 그릇이 비는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졌다. 다만 하루에 몇 ml를 마시는지 계량한 기록은 없어서, 얼마나 늘었다고 숫자로 적지는 못하겠다.
비슷한 일이 새벽에도 있었다. 3주 내내 새벽 4시 20분에 깨우길래 사료가 모자란가 했는데, 밥그릇은 늘 반 넘게 남아 있었다. 며칠 지켜보니 창밖에서 새가 우는 시간과 거의 겹쳤다. 암막 커튼으로 바꾸고 나서 5시 반쯤으로 밀렸다.
그런데 이건 실수를 하나 저지른 케이스다. 커튼을 바꾼 시기와 해가 늦게 뜨기 시작한 시기가 겹쳤다. 한 번에 하나만 바꿨어야 했는데 계절이 알아서 같이 바뀌어버렸다. 커튼 덕인지 일출 시각 때문인지는 확인하지 못했고, 지금으로선 겨울에 다시 볼 수밖에 없다.
배치로 안 되는 것도 있다
다 위치 문제라는 뜻은 아니다. 하네스는 물건 자체가 틀렸던 경우였다. 가슴둘레는 맞게 샀는데 사흘 만에 앞다리 겨드랑이가 빨갛게 쓸렸다. 끈 폭이 좁아서 하중이 한 줄에 몰린 거였고, 이건 채우는 위치를 아무리 조절해도 해결되지 않았다. 어깨를 덮는 조끼형으로 바꾸고 나서 멈췄다.
구분 기준은 단순했다. 몸에 자국이 남으면 물건 문제고, 자국 없이 행동만 안 하면 환경 문제일 가능성부터 봤다.
다음에 살 때 확인할 것
- 소음이 dB 숫자로 적혀 있는지. '초저소음' 같은 말 말고, 몇 dB인지와 그게 모터 작동 중 기준인지가 같이 적혀 있어야 한다.
- 교체 필터의 권장 주기와 낱개 가격이 상세페이지에 있는지. 둘 중 하나만 있으면 1년 유지비를 계산할 수 없다.
- 물이 닿는 부분의 재질이 등급까지 적혀 있는지. '스테인리스'가 아니라 304 같은 표기, 플라스틱이면 어느 부위가 플라스틱인지.
지금 상태로는 급수기를 다시 살 생각이 없다. 다만 이건 고양이 한 마리, 원룸 크기의 집, 물그릇 하나짜리 환경에서 나온 결론이다. 개가 있거나 물그릇을 여러 개 놓아야 하는 집이라면 순환식이 유리할 수 있다고 본다. 우리 집에서는 3천 원짜리 그릇을 두 걸음 옮기는 게 4만 원보다 나았다.